2015.04.28 14:00

세일러 문이 오트쿠튀르에서 많은 옷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는 꽤 유명하다. 특히 1992 SS 컬렉션에서 꽤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연재가 91년 12월부터니까 당시 최신 컬렉션을 참조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뭐 여기엔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이 포스팅의 주제가 아니니까.



예컨대 1992 SS 샤넬. 오른쪽은 플루토.


어쨌든 1992년 SS 디오르 이야기를 해보자면 당시 디자이너는 지안 프랑코 페레. 컬렉션 중 팔라디오 드레스라는 게 있는데 아테네 건축물 기둥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꽤 신화적인 모습의 드레스다.




이것은 기둥. 위 그림은 위키피디아 클래시컬 오더 항목(링크).




저 기둥에서 이런 드레스가 나왔다. 모티브와 결과 사이의 관계가 거의 가감없이 일대일이다. 하늘하늘한 플리츠는 말 그대로 기둥 같다. 이게 세레니티의 드레스가 되었는데.




보다시피 어깨 부분, 가슴 부분, 치마 부분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어깨는 원형의 복잡함이 나름 남아있고, 가슴 부분은 원형으로 단순화되었다. 그리고 치마 부분은 더 나풀나풀하다. 약간 특이한(?) 점은 어깨 분리형.




이건 신작인데 주름이 사라졌고, 원이 빙 둘러있다. 어깨도 약간 다르다.


뭐 어쨌든 이런 식으로 강조점이 남고 나머지는 축약된다. 다케우치 나오코가 굳이 디오르를 입은 세레니티를 형상화하려고 한 게 아니고 신화적인 옷을 입은 세레니티를 만들려고 했을 테니 강조점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여기서 한 칸 더 나아가면 코스프레 씬이 나온다. 세레니티의 코스프레를 하고자 했을 때 재료는 물론 디오르의 팔라디오 드레스가 아니라 세레니티가 입고 있는 드레스다.



세레니티 코스프레를 찾아보면 굉장히 다양한 결과들이 나오는데 그 중 하나만. 대충 이런 식인데 금색 원형이 강조되고 - 흰 드레스에 금색 원형이 그 자체로 세레니티의 이미지가 되었으니까, 나중에 다른 만화에서의 패러디도 그런 식이다 - 나머지는 대폭 축약되었다. 이건 주름이 없는 버전인데 주름이 있는 게 다수다. 그런 것들의 사진은 누가 입고 있어서... 


여튼 이쯤되면 미아키스(링크)와 개의 관계 정도 만큼이나 멀어져 있어서 기둥의 장식과 금색 원은 거의 아무런 관계도 없다. 약간 궁금한 건 코스프레 제작인이 디오르 드레스의 존재를 아는 경우 제작 방향에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예컨대 '세레니티 - 독자'에서 더 위로 올라가 '다케우치 - 세레니티'의 관계를 파헤쳐보는 경우다. 오 올라가 '디오르 - 다케우치'에 집중해 보는 수도 있겠다. 이런 고증학은 큰 의미가 없을 거 같기도 하지만 또한 집착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 라는 생각도 든다.


원작이 있는 경우, 원형이 있는 경우 그것을 이미지 화 해서 다시 옷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건 보통 새로운 패션 또는 코스프레로 갈리게 된다. 마크 제이콥스의 안티 패션,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부랑자 패션, 칼 라거펠트의 페미니즘 패션 다 마찬가지다. 코스프레는 또한 의상과 갈라진다. 디자이너가, 모델이 어떤 애티튜드를 취하는 가에 따라 달라질텐데 결과물만 보고 의도를 예측하긴 사실 어려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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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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