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3.14 16:27

이번 디어 매거진 3호에 밀리터리웨어와 워크웨어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중간에 일본 이야기가 나오는데 간단히 적었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이곳에다가. 거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실 워크웨어나 밀리터리웨어가 영미의 서브컬쳐에 흡수되는 과정을 들여다 보면 자신의 부모 세대가 사용하던 예전 물품의 발굴이라기 보다(이런 경향도 분명히 있긴 하겠지만) 1990년대 초반 한창 일본 문화가 서구에서 인기를 끌던 시절에 걔네들은 이런 걸 입고 다니네하는 맥락이 더 크다.

여하튼 도카쟌(ドカジャン)에 대한 이야기다. 도카쟌은 흔히 말하는 노가다 복으로 방한복이나 작업복이라고 부르는 옷이다. 조금 더 이야기를 앞으로 땡겨서 '잠바'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우리는 흔히 잠바라고 하고 영어권에서는 자켓으로 부르고, 프랑스어로는 블루종이라고 한다. 영어권에서 점퍼라고 하면 MA-1이나 L-2B같은 군용 점퍼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특히 영연방 권에서는 스웨터를 뜻한다. 그리고 또 소매와 칼라가 없는 드레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영국 영어로는 pinafore라고 하는 옷이다. 아래 사진 같은 옷이다.


그래서 위키피디아에서 jumper를 찾으면 이런 사진이 나온다(링크).

이런 이야기는 외국책을 보거나 혹시 외국의 매장에서 뭔가를 물어봐야 할 때 해당된다. 예를 들어 소설책을 읽는데 "점퍼를 입은 여자" 이야기가 있다면, 이걸로 상상해야 할 그 소녀의 모습에서 상의가 우리 말로 잠바인지, 스웨터인지, 자켓인지 아니면 피나포어인지 이야기가 상당히 복잡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잠바와 자켓은 조금 구분되어서 사용되고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 예를 들어 내 머리 속에 들어 있는 우리나라의 구별 방식으로는 아래 그림에서 왼쪽은 잠바고 오른쪽은 자켓이다.

 


귀찮으니까 여기서는 다 그냥 잠바라고 하겠다. 잠바의 원형은 보통 바라쿠타의 G9 자켓을 든다. 1948년에 나왔고 여전히 나온다. 흔히 폴로 잠바라고 하는 게 G9와 거의 똑같게 생겼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하기로 하자. 여기(링크).



다시 도카쟌으로 돌아가면 위에서 말했듯 도카쟌은 노가다 복이다. 노가다용 점퍼라는 말이 줄어서 도카쟌이 되었다고 흔히 알려져 있다. (土方ジャンパー -> ドカジャン) 미국 잡지에서 워크웨어 하면 데님 오버올이 자주 나오는데 일본은 약간 다르다. 여러가지 종류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 두가지가 파일럿 잠바와 카스트로 코트다. 바로 위에 보이는 두개의 그림에서 왼쪽이 파일럿 잠바고 오른쪽이 카스트로 코트다.

우선 파일럿 잠바는 군용 점퍼에서 나왔다. 흔히 항공 잠바, 플라이트 자켓이라고 부르는 옷이다. 군용 잠바는 보온의 정도와 생긴 모습에 따라 대략 5개의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A-2계열 / G-1계열 / MA-1계열 / N-2계열 / N-3계열인데 이중에 MA-1이 도카쟌 중 파일럿 잠바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1950년대 말 Dobbs Industries에서 나온 MA-1 잠바.


또 하나는 카스트로 코트다. 쿠바의 카스트로가 자주 입어서 카스트로라는 말도 있고, 이태리어에서 '일꾼'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다. 위에 그림에서 보면 알겠지만 군대 야전상의가 거의 흡사하다. 그리고 돕바라는 말이 있는데 돕바는 토퍼(topper)의 일본어다. 하지만 단어 사용 용례를 보자면 본격적인 코트를 돕바라고는 잘 안하고 이런 사파리, 카스트로 타입의 자켓, 반코트를 보통 돕바라고 한다. 다만 도카쟌 용의 카스트로 코트는 반짝이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게 많다. 유명한 카스트로 코트 중 하나는 오레타치 호킨족이라는 80년대 일본 코미디 방송에서 비트 다케시가 입었던 옷이다.

 
왼쪽이 아카시아 산마, 오른쪽이 비트 다케시.

이 코미디에서 비트 다케시는 전형적인 일본 회사원 역을 연기했는데 그에 딱 맞게 입고 나온 게 바로 저 카스트로 코트다. 알프스 공업이라는 자수가 새겨져 있는데 이런 걸 지금도 팔기도 하고 그렇다.

 


이 구분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들어와있다. 예전 현대건설 잠바 같은 건 파일럿 타입이고 카스트로 코트 타입도 많이 쓰인다. 사실 이러한 원형의 형태는 이제는 거의 패션 아이템화 되어 있고 실제 작업 현장에서는 좀 더 얄쌍하고 튼튼한 소재의 유니폼이 사용된다. 스즈키복이라고 부르는 커버올도 많이 사용되는데 이런 건 디어 매거진에 실린 오픈백 인터뷰나 홈페이지(링크)를 참조하면 된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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