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9 20:51
저번에 브리프케이스 로망(링크)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사실은 트래블 백 로망과 토트백 로망 같은 것도 써야지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귀찮아지기도 하고 약간 시큰둥해지기도 하고. 그렇다고 에버노트나 다음 클라우드에 폴더 만들어서 모아 놓은 거 지울라면 나중에 또 쓸까 뭐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out-dated되고 하는 좋지 못한 순환을 깨 보고자 겸사겸사 잡담 포스팅으로 채워놓기로 해본다.

사실 가장 로망이 있는 건 커다란 트래블 백이다. 트롤리나 트렁크 말고 소프트 트래블 백, 혹은 위크엔더. 회사 다닐 때도 커다란 여행 가방을 들고 다녔는데 그걸 보는 사람마다 야반 도주할 생각이냐 뭐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실제로 그 비슷하게 되기는 했지만.. -_-).

큼지막한 게 좋고, 큰 만큼 과감한 라인이 생기는 것도 좋은데 트롤리가 아닌 여행 가방은 뭘 좀 넣으면 들고 다니기에 너무 무거워진다. 실제로 여행갈 때 들고 가보면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능하면 캐리어를 끼울 수 있는 게 좋다. 얼마 전 유니클로에 가보니 거기에서 나오는 여행용 오버나이트백도 두 줄 캐리어 부착이 가능하게 되어 있었다.

사실 조금이라도 긴 여행이라면 트롤리가 가장 좋고 이런 트래블 백은 그냥 일상 생활의 기분 전환용 정도가 알맞다. 여행에 들고 간다고 해도 아주 잠깐의 여행 정도가 알맞다. 괜히 너무 좋은 거면 도난의 위험도 높다.



사실 이런 위크엔더에 가죽은 좀 오버스럽고 나일론이나 PVC 정도가 제일 맞지 않을까 싶다. 손에 들든, 등에 매달든 아무렇게나 막 들고 다니는게 매력이 아닌가 싶어서 뷔통의 다미에 앙피니 레더 키폴을 구김하나 없이 손에 곱게 들고 다니는 모습을 마주치면 뭐랄까... 저 가방은 어쩌다 저런 운명을 맞이했을까 같은 생각이 든다. 사실 포르쉐를 200km/h로 몰든 50km/h로 몰든 그거야 주인 맘이긴 하지.

프라다 나일론 백의 검정은 좀 재미가 없는 색이라 그거 말고 짙은 고동색 비슷한 게 좋은데 홈페이지에 왠지 그게 없다. 흘낏보면 시원찮은데 찬찬히 쳐다보면 꽤 디테일을 신경썼다는 걸 알 수 있다. 안감도 꽤 두꺼워서 은근 믿음직스럽다.


 



이건 투미. 투미는 몇 년째 은근히 인기를 끌고 있는 거 같은데 소위 '럭셔리'는 싫고, 너무 멋내는 거 같은 것도 싫고, 그렇다고 그냥 내셔널 브랜드도 싫고, 그러면서 명성이 좀 있는 걸 찾는 사람들에게 딱인 포지셔닝을 취하고 있다. 투미의 특징은 못생길 수록 더 튼튼하다는 것.


 



여행 가방하면 구깃거리는 키폴을 빼놓을 수가 없다. 빨간 줄 들어간 것도 있고, 다미에르도 있고, 낙소스도 있고, V 시그내쳐도 있고, 가끔 나오는 리미티드도 있고 여러가지가 나온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노그램이나 다미에르 기본 라인에 살짝 간단한 모양을 그려넣은 시즌 한정 정도가 괜찮지 않나 싶다.


 



에르메스의 장바구니형 트래블 백. 여행인데, 하얀색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에르메스의 노란톤이 살짝 들어간 화이트는 정말 멋지다. 이건 시리즈로 나왔는데 좀 더 작은 원통형도 있다.



너무 대놓고 Hermes라고 적혀 있는 게 좀 웃기긴 한데, 진짜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거다.


 

 
이런 가방은 위크엔더라고도 하지만 Holdall이라고도 부른다. Keepall 따라서 나온 걸 수도 있지만 그냥 그렇게들 부른다. 이 고운 구찌의 위크엔더는 보다시피 풀 가죽이다. 오돌토돌하게 새겨져 있는 무늬가 세계 민속 기행같은 데 나오는 어른됐다고 피부에 구멍을 뻥뻥 뚫어 강제로 모양 새기는 부족들이 생각난다.




역시 이런 느낌 정도가. 체육관에 가는 키애누 리브스의 고야드 위크엔더.



위크엔더 말고 토트백도 좋아한다. 토트는 어깨에 맬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끔 무거운 걸 넣었을 때 이동이 용이하다.

 
이런 식으로 좀 늘어진 느낌이 드는 게 좋다. 사진은 몇 년 전 프라다라 공식 홈페이지에는 없어서 뒤적거리다 찾은 것. 고야드 같은 경우에도 비슷한 느낌이 나는데, 가죽끈 부분이 좀 얇아서 얄쌍해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야드의 경우엔 한때 '기저귀가방'의 이미지가 커서 그런지 남자가 들고 다니는 경우는 잘 안 보이는데 저런 쇼퍼가 편하긴 편하다.


프라다 이번 시즌은 카무플라주 패턴들이 좀 있다. '군대'가 생각나서 우울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아보인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든다. 돈만 있었으면 지금 사러 갔을 듯.


 
사실 이런 가방은 개성이 넘치게 옆에 뭔가 꾸미거나 한 것들도 괜찮다. 사진은 Kate라는 가방. 무슨 브랜드인가에서 비슷한 모양으로 칼 라거펠트 등등해서 시리즈로 나온 거다. 어딘지 잊어버렸다.


그러고보니 얼마 전 재밌는 프라다 지갑을 봤다.

 
단독으로 이렇게 나왔을 거 같지는 않고 무슨 라인이 있을텐데 정체는 아직 잘 모르겠다.



 
구찌 가방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꽤 되지만, 이런 얼토당토않은 거에 개인적으로 좀 호감을 가지고 있다. 저 카라멜 색의 반짝거리는 에나멜 손잡이와 트림은 정말 웃긴다.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도미노도 나쁘지 않다.

 
다만 이대로는 너무 에코스러워서 끈을 가죽으로 바꾸고, 안에 주머니 하나 달고, 살짝 염색하는 공사를 조만간 해볼까... 생각 중이다. 이런 계획이 몇 개가 있는데 일단 이 더위가 좀 사라지고 나서 하든 말든.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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