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2018.01.20 14:10

여기서 몇 번 조금씩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내친 김에 간단히 정리해 본다. 헬무트 랑이 최근 브랜드의 운용에 있어 약간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하이 패션 브랜드는 메인 디자이너 중심 체제를 지나 네임드 디자이너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혹은 아티스틱 디렉터로 고용해 브랜드 전반의 일관성을 꾸려나가는 방식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가 헬무트 랑이 2016년 에디터-인-레지던스 체제를 도입했다. 잡지의 편집장 제도를 모방한 건데 잡지와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 



우선 첫번째 에디터-인-레지던스는 데이즈드 앤 컨퓨즈드의 이사벨라 벌리. 데이즈드에서 일하면서 헬무트 랑의 일도 같이 했다. 그러면서 크게 세 가지 프로젝트를 시도했는데 헬무트 랑의 예전 제품 아카이브 컬렉션, 아티스트들과의 콜라보 프로젝트, 디자이너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다. 그렇게 해서 브랜드의 중심이라고 할 시즌 정기 컬렉션도 HbA의 쉐인 올리버와의 임시적 조합으로 치뤄냈다. 


여기서 이사벨라 벌리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아니지만 브랜드 모든 분야의 크리에이티브 방향을 설정한다"(링크). 이 경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옷을 직접 만들지 않는 경우와 뭐가 다르냐고 할 수도 있을 텐데 보면 브랜드의 중심인 의상의 영역이 가지는 가치가 축소되고 다른 전반적인 이미지, 스토리 등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가 있다. 즉 여타 콜라보와 광고, 브랜드 이미지와 움직임까지 옷을 팔기 위한 장치들이었다면 말하자면 이 모든 것들이 다 마찬가지로 상품이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이뤄진 에디터-인-레지던스 첫번째 임기가 끝이 났고 두번째 에디터로 V 매거진의 창립 멤버이자 W 매거진에서 일하고 있는 알릭스 브라운이 기용되었다. 이제 새로운 프로젝트가 가동될 거고 또 새로운 시즌 컬렉션을 꾸릴 디자이너도 조만간 발표될 거다. 


따지고 보자면


우선 모든 게 상품인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므로 헬무트 랑이라는 이름의 연속성에 에디터-인-레지던스 체제가 기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에 비해 전혀 다른 모습이 있을 지는 아직 예측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에디터 출신으로 PR 전담자를 고용했을 경우와 비교를 해볼 수 있다.


그리고 모든 게 지나치게 유동적이다. 예전에 평생 근무하던 브랜드 이름 속의 디자이너 체제에서 지금은 보다 유동적이지만 일단은 어느 정도 임기가 보장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가 일반적이다. 지금 헬무트 랑의 경우는 그것보다 더 빠르게 세상의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분위기가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헬무트 랑이라는 브랜드를 굳이 선택할 이유가 불분명해진다. 지금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이름이 잘 알려져 있어서 굳이 더 알릴 필요가 없다는 점 말고는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프라다가 질 샌더를 인수하면서 했던 말이 생각나는 데... 물론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분명 다르긴 하다.


여튼 지금은 다른 브랜드들도 각자의 방법을 찾아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중인 변화의 시기이고 어떤 게 제일 낫다고 확인되면 그런 식으로 바뀌어 가겠지. 에디터-인-레지던스도 그 후보 중 하나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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