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2017.12.01 12:19

최근 일상복의 운영에 대해 몇 가지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예컨대 조절에 해당하는 적절한 청바지 길이 문제(링크), 아무 거나 오래 쓰면 좋다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를 쓴 적 있다(링크). 이번에 나오는 잡지쿨 #4 BUY에는 셔츠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링크)를 썼다. 이 잡지는 이번 주말에 북서울 미술관에서 열리는 UE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아무튼 이 이야기들은 약간 더 큰 틀에서 생각해 보고 있는 문제라 여기에 간단히 정리해 놓는다.



유니클로 데님 워크셔츠의 사이드 삼선 스티치.


일상복의 운영에서 고려해야 할 중점 분야는 티셔츠 - 셔츠 - 바지 - 아우터(봄가을 - 겨울) - 속옷과 양말 / 선택 - 조절 - 운용 - 세탁과 유지 - 수선 - 폐기 



이것은 일상복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서 말하는 일상복이란 매일 입는 옷이다. 일상복 운용에는 문제가 여러가지 있는데 예컨대 매번 입을 때 마다 선택의 기로에 서고 기분이 어떨까, 착용감은 어떨까, 오늘 일정을 감안했을 때 무리가 있지 않을까 등등을 생각해야 한다면 인생이 너무 복잡해진다. 그렇다고 교복 마냥 매일 너무 똑같아서 인생이 지루해져도 안된다. 지루하게 방치한 인생은 삶을 심각한 위기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피로와 자극보다 더 위험하다. 


그러므로 일상복에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위 두 가지 예처럼 너무 극단적이면 안되고 또한 21세기를 사는 어엿한 현대인으로서 주변인이 피할 정도는 되지 않아야 한다. 즉 어느 정도 선 안에서 무난해야 한다. 그리고 동시에 재미가 있어야 한다. 재미가 없으면 쉽게 지친다. 뭐든 그렇지만 이런 분야는 특히 너무 신경을 써서 지쳐도 안되고, 너무 신경을 안 써서 지루해져도 안된다.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알맞은 에너지를 꾸준히 사용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 


결국 일상복 운영을 적립하는 목표는 매일 아침 일어나 날씨(온도 추이와 바람 세기)를 확인한 다음 옷을 꺼내 입는 행동을 무신경의 영역 안에 집어 넣는 거다. 일단 정립하고 루틴이 돌아가기 시작하면 아무 생각하지 않고 살며 꺼내 입고 그래도 적어도 엉망으로 무너지진 않는다. 또 그런 와중에 입는 재미 그리고 운영 자체에서 오는 재미를 찾는다. 


혹시 특별한 날 혹은 특별한 기분을 위해 입는 비일상복의 경우가 궁금하다면 그런 건 비일상복의 운용 방법 같은 걸 찾아 읽어보는 게 낫다. 물론 매일 매일이 특별한 이벤트 같은 삶이라면 그것도 또한 좋겠지만 그런 경우엔 일상복의 운영 방법 따위는 아예 필요없다. 여하튼 일상복의 대상이 되는 옷이란 꾸준히 입어야 의미가 있고 게다가 수명도 늘어난다. 예컨대 실크 양말 같은 걸 선택해 일상복 루틴 안에 넣는 건 위험한 행동이다.  


또한 간혹 역사적인 옷 혹은 특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옷, 추억이나 인간 개조의 염원이 담기거나 자기 반성의 아이콘 같은 옷 등등을 모으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원본의 상태를 가능한 오래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점유의 비용이 든다. 애초에 대상이 되는 물건이 입을 수 있긴 하지만 입는 옷이 아니다. 즉 이런 문제라면 컬렉팅 의상의 보존 방법을 찾아보는 걸 권한다. 


어쨌든 여기서 말하는 운영 방식은 하나의 예다. 프리랜서로 살고 있는 남성 중 한 명의 단편적인 예시이기 때문에 여성은 물론이고 같은 남성도 다른 직종, 다른 취향,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을테니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에서 집중하는 건 접근의 방식이다. 어떤 면에 중점을 둘 것이고 어떤 면을 포기하고 방치할 것인가. 어느 정도 레벨이어야 자기가 계속 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 잘 하는 것보다 꾸준히 계속 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 분야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아는 건 자신의 방식을 돌아보고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축적되고 있는 타인의 경험과 노하우, 실수를 바탕으로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새로운 문물을 만나면 도입하고, 비효율적이라고 확인 된 부분을 치워 버리며 가끔 시스템 자체를 교체하는 식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니클로 셔츠의 플라스틱 단추. 스티치가 떨어지는 것보다 단추가 깨지는 게 삶을 더 (미세하지만) 혼돈으로 몰아 넣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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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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