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화2017.11.14 23:42

며칠 전에 쓴 부츠 관리(링크)에 이어 이번에는 가죽 구두의 관리. 저번엔 비디오였고 이번엔 책이다. 사실 같이 죽자고 생각하고 구입한 구두 중 두 켤레를 얼마 전 옷장 정리를 하면서 처분했다. 물론 상당히 오래 사용한 구두였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상해버렸다는 점에서 일종의 패배감을 느꼈기 때문에 요새 구두와 부츠 관리법을 숙지하며 실행해 보고 있다.


어쨌든 하세가와 유야라는 분이 쓴 구두 손질의 노하우라는 책이다. 이분 좀 특이한데 스무살 때 아무 것도 모른 채 다이소에서 구입한 구두 관리 세트를 가지고 구두 닦이 업에 뛰어들었다가 이 분야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 지금은 도쿄에 브리프트 애시라는 바, 라운지 형태의 구두 손질 샵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느낌... 사실 구두 닦는 거 구경하면서 꼬냑 같은 거 마시던데 구두약 냄새는? 서로 뻘쭘하지 않을까? 등등의 의문이 있긴 한데 뭐 여튼 저런 게 있다고 한다.



책은 이렇게 생겼다.


클렌징 - 로션 - 밍크 오일로 이어지는 부츠 관리와 기본적인 순서는 같은데 구두의 경우엔 밍크 오일이 필요 없고 대신 광을 내야 하기 때문에 왁스(구두약) 사용이 들어가 있다. 순서대로 방법이 사진과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이외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법 등도 나와 있다.



몰랐던 게 몇 가지 있는데 구두약은 처음 구입하면 뚜껑을 열어 놓고 일주일 정도 뒀다가 써야 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유기용제가 많이 들어 있어서 질척한데 그러면 구두 위에 막을 형성하기 어렵다고 한다. 전혀 몰랐음... 질척하면 편이외에도 구두 안쪽 손질법(많이는 안해도 된다), 냄새 없애는 법(여러가지 해봤는데 결정적인 방법은 없는 거 같다고), 가죽창 손질(바르는 오일이 있더만) 등등도 알게 되었다.



책은 100페이지 남짓으로 별로 두껍지는 않는데 쫙 펼쳐 놓을 수 있는 노출 제본으로 되어 있어서 보기 좋다. 일단 접히는 거 걱정없이 사진을 크게 볼 수 있어서 좋다.



다만 일본의 원래 책은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가운데 오렌지 색 실로 되어 있는데 그런 거 까지 재현은 못했나 보다. 뭐 책 가격이라는 게 있으니까.


몇 가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구두의 운용에서 기본 3개를 돌리고 비오거나 할 때 신을 1해서 3+1 체제다. 예전에 청바지의 운용, 셔츠의 운용 등에서도 말한 적 있는데 데일리 웨어의 적당한 운용으로 4개가 딱 좋다. 이게 넘어가면 이거 언제 입지 하는 게 생기고 모자르면 오늘 어떡하지 하는 게 생긴다. 물론 양말이나 속옷은 그냥 많을 수록 좋다. 나처럼 별 거 없으면서도 똑같은 옷을 연속으로 입는 건 싫다는 경우에 착착 돌아가게 하는 숫자다. 그러므로 루틴으로 돌고 있는 건 뭐든 일단 4벌을 갖추는 데서 시작한다...


여하튼 관련업 종사자로서 하세가와 유야씨의 주장도 좋은 구두를 잘 고른 다음에 오랫동안 사용하자는 거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입장에서 수선해서 오래 사용한다는 건 사실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봐도 앞 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막상 해보고 알아보고 하면 어쨌든 돈은 더 든다. 그러므로 그게 경제적이라는 식의 설득은 별 효용이 없다고 생각한다. 뭐든 그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면 관리할 건 점점 많아지고 몸도 마음도 제풀에 지친다.


지금 시점에서 구두의 관리, 옷의 관리는 일종의 취미여야 한다. 낚시를 가고, 자전거를 타고, 뜨개질을 하듯(링크)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며 노하우를 쌓고 결국 더러웠던 구두가 깨끗해지고 오래도록 유지되는 결과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좋은 말털 솔, 돼지털 솔을 사고 콜로닐이나 사피르의 레더 로션 같은 걸 고심하며 고르고 구두 손질 박스를 만들고 뭐 이런 식으로 가지 않고선 비싼 구두를 그저 오래 쓰기 위해 끊임없이 손질을 하는 행위 같은 건 어지간하면 성립하기 어렵다. 


결국 나 같은 경우 감당할 수 있는 적당한 선을 정해 놓고 딱 그 범위 안에서 수선하고 관리하며 살고 있는데 하면서 보니 꽤 재밌으니까 한번 해보는 것도? 정도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 구입은 여기(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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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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