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2017.09.27 00:02

요즘에 여기를 이런 이야기를 써볼가 싶은 개요를 살짝 정리해 놓거나, 뭔가 쓰다가 문득 생각난 좀 더 큰 스케일의 이야기를 뿌려 놓는데 쓰다 보니까 이 옷은, 저 신발은 이런 게 아니라 자꾸 패션은! 옷은! 뭐 이런 밑도 끝도 없는 거창한 이야기만 적게 된다. 하지만 오늘도 패션은! 이다. 이런 이야기는 여기말고 어디 쓸 데가 없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패션은 사회와 유리되어 존재할 수가 없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환골탈태하며 레벨 업을 할 수 없다. 구매자라는 게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딘가 사회와 떨어져 홀로 존재하는 거대한 부자가 디자이너 하우스의 옷을 구입해 입고 있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는 없지만 판이 굉장히 커져버렸기 때문에 그 정도의 매출이 방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하지만 패션 같은 건 큰 흐름을 따라 존재하지만 결코 고여있으면 안되고 계속 누군가 흔들어 놔야 한다. 왜냐면 그래야 계속 재미있으니까. 패션이 지지부진한건 세상이 지지부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뭔가 흔들 수 있을 거 같은 사람을 응원한다. 아방가르드의 시대, 미니멀리즘의 시대에도 계속 그래 왔는데 틀에 박힌 걸 계속 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잔뜩 있고 이런 자극이 유의미하게 존재해야 만드는 사람들끼도 또한 구매자에게도 서로 좋다.


어쨌든 이렇게 사회의 영향을 받으며 변하지만 또한 사회를 조금이라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얼마 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던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패션의 가장 긍정적인 측면이다(링크). 


이런 점에서 볼 때 예컨대 디올의 페미니즘 티셔츠를 가짜라고 욕하는 건 반은 맞지만 반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간단히 말해 디올의 구호 티셔츠는 페미니스트라는 표식이 아니다. 이건 일종의 선전이고 공익 광고다. 자신의 소중한 컬렉션의 일부를 사용해 공익 광고를 하고 있고 이걸 입는 연예인 등등은 자신의 소중한 세상 노출의 일부를 공익 광고에 쓰고 있는 거다. 


물론 이걸로 돈을 벌 수도 있다. 티셔츠 제작비가 아무리 들어봤자 판매가를 생각하면 남는 장사일 거다. 하지만 이런 걸 하는데 브랜드도 구매자도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고 있다고 가정하는 건 너무나 나이브한 게 아닐까? 저번에 말했듯 그런 걸 이 나라에서도 이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 이걸 굳이 사 입지 않는다고 해도 누군가 저런 모습을 TV나 인터넷에서 보고 멋지다고 생각하고 마음 속 어딘가에 조금이라도 불을 당길 수 있다면 그걸로 일단은 충분하다. 위에서 말했듯 표어는 공익 광고이고 그런 게 역할이다.


이야기가 좀 샜는데 어쨌든 위에서 말한 뭔가 흔들 거 같은 사람들을 응원한다. 예전에 책을 쓸 때(링크) 쉐인 올리버 같은 사람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페티시, 로리타, 레플리카 같은 게 흔들면 좋겠다는 약간의 염원을 담았었다. 하지만 세상은 기대만큼 삐툴어져 있진 않았고 역시 스트리트 패션이 하이 패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일원들에 대한 이야기를 최근 많이 하고 있다. 


쉐인 올리버가 헬무트 랑을 했고 버질 아블로가 뭔가 할 지도 모른다. 데시구알은 포토그래퍼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분을 아트 디렉터로 데려갔다. 즉 스트리트 패션 그리고 비 패션인이 디자이너 하우스를 이끄는 시대가 아마도 다가오고 있고 이게 엘리트 패션인 중심의 기존 하이 패션계에 꽤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링크).



위는 베트멍, 아래는 오프-화이트.



하지만 사실 막 신나고 그런 건 아니다... 스트리트 패션을 캣워크에 올려놨던 티시는 지방시를 나간 다음 뭘 하는 지 모르겠고, 니콜라스 게스키에르는 덥석 루이 비통에 들어가 버렸다.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게 계속 나오고 있다.


미켈레는 몇 시즌 째 압축률만 높이고 있다. 이번 컬렉션을 보고 있으면 아트박스에서 팔던 반짝이 비닐천 위에 프린트와 일러스트가 가득 그려진 필통 같은 것만 생각난다. 뎀나도 비슷하다. 베트멍이야 그렇다 쳐도 발렌시아가는 매우 공을 들여가며 괴상한 걸 계속 만들고 있다. 고급 소재를 이용해 숙련공의 노고가 담긴 패딩 잠바... 잘 모르겠다. 버질 아블로도 똑같은 걸 계속 하고 있다. 그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점점 더 비싼 소재를 쓰고 있을 뿐이다. 이번 10 프로젝트를 보면 이분 앞으로 꺼내놓을 다른 방법론이 혹시 있긴 한건가 약간 의심스럽다. 쉐인 올리버는... 그래도 약간 기대하고 있는데 아직 임시직이다.


물론 미켈레나 뎀나도 그렇고 버질 아블로도 고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게 몇 시즌에 걸치며 계속 심화되고 있으므로 이대로 가다보면 뭔가 임계 변화 같은 걸 일으키며 새로운 챕터를 열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버질 아블로가 말했던 그 거대한 목표를 생각해 보면 이대로 되나 싶은 게 사실이다.


여튼 뭐 이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 위의 이유로 이 사람들을, 물론 다른 사람들도 응원하고 있다. 관심이 집중되고 그런데 생각나는 게 별로 없어서 쫓기다 보면 그럴 듯한 탈출구를 발견해 낼 수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더 재밌어 지겠지. 나 같은 구경꾼도 더 신이 날테고... 뭐 그런 거 아닐까... 요새 자꾸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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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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