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2017.06.27 12:41

사실 남성복 패션쇼라는 게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에 고만고만한 것들만 잔뜩 나오기 마련인데 스트리트 패션이 메인스트림에 자리를 잡고 젠더리스 등의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래도 좀 복잡다단해 졌다. 이번 시즌은 그 혼란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 그게 패션위크의 매력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이기도 하다 - 남성용 스커트와 원피스가 잔뜩 나온 톰 브라운의 쇼도 있었고 그 반대 쪽에는 칼하트의 워크웨어를 그대로 살린 준야 와타나베의 쇼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2018 SS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조류는 말하자면 안티 패션이다.



 



차례대로 줄리앙 데이빗, 발렌시아가, 겐조. 사실 겐조는 웃기긴 하지만 약간 다르긴 한데...



여튼 예전에 마크 제이콥스가 안티 패션을 들고 나왔을 때는 테일러드, 크래프트 같은(지금으로 치자면 재미없는) 것들이 엄연히 주류를 이끌고 있었고 그 속에서 안티 패션은 나름의 포지셔닝을 잡을 수 있었고 그런 만큼 의미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 파괴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예컨대 테일러드의 조류를 매우 적극적으로 비웃고 있다. 이건 스트리트 패션의 중흥과 궤를 함께 한다고 할 수도 있고 또한 반지식 같은 시대의 조류와 함께 하고 있기도 하다. 뭔가 열심히, 딱 떨어지게, 잘 만드는 것 등 생산의 영역 그리고 시크한 핏, 컬러의 조화 등 소비의 영역 모두를 형해화시키며(비웃는다고 까지는 말하지 않겠다) 그것을 적극적으로 트렌드로 만들어 내고 있다. 아니 이미 트렌드인 것에 부응하고 있다.



즉 웃기고, 요란하고, 갖춰지지 않음을 과시하고 소위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의 스타일링을 모방한다. 물론 저런 걸 입으려면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하고 저 정도의 가격을 패션에 쓸 수 있다는 건 어지간히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저런 옷을 입는 다면 자신의 맥락 안에서 호소하는 지점이 있을 수도 있다. 이건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면이다. 



이런 식으로 패션에 무관심 함을 가지고 패션을 만들어 내고 패션에 관심을 가짐을 따분한 짓으로 만들어 간다. 그래 다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걸로 좋지 않은가. 옷은 보면서 웃는 데 쓰고 티셔츠와 운동화나 사라. 이런 태도의 문제는 스트리트 브랜드, 스포츠 브랜드, 워크웨어 브랜드 좀 더 나아가 관광지 시장의 옷 가게와 하이 패션의 차이점을 아주 적극적으로 희석시키고 있다는 거다. 즉 존재 의의 자체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는데 그게 유일한 살 길이라고 생각하는 걸 지도 모른다. 어쨌든 티셔츠 이상을 구매할 수 있는 예전 중산층이 다시 도래할 가능성이 앞으로 전무하다는 전제를 두고 생각해 보자면 이 길의 다음 정류장에 과연 뭐가 있을 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부실한 본문의 내용을 댓글에 조금 보충했습니다. 참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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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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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과객3 정도

    안녕하세요
    블로그에 즐겨 방문하는 애독자입니다
    다름 아니라

    그런 사람이 저런 옷을 입는 다면 자신의 맥락 안에서 호소하는 지점이 있을 수도 있다. 이건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면이다.

    라는 문장이 영 이해가 안 돼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미숙한 번역가가 어설피 직역해놓은 문장같달까요...)
    최근 관심있는 주제라 십수번 반복해서 보았으나 역시 이해가 어려운 구석이 있네요
    물론 말씀하시고자하는 개략적인 포인트는 파악하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패션에 관한 저의 제반지식 부제
    이겠지만서도 여유로우실 때 답변 부탁드립니다 :>




    2017.07.08 0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 아닙니다. 제가 좀 날림으로 쓴 경향이 있죠... 추후에 아래 내용도 더해 본문을 좀 자세히 손보겠습니다.

      예컨대 저 정도 가격의 비싼 옷을 입을 정도라면 패션에 관심이 아주 많은 사람일테고 / 그런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패션관이나 스타일링이 어느 정도 서 있고 멋진 옷을 차려 입는 데 능숙할 텐데 / 그럼에도 저런 일종의 안티 패션(패션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스타일링) 의류를 선택해 입는다는 건 / 자신에게 익숙한 기존의 틀을 깨는 정교한 스타일링도 필요하고 / 또한 자신의 패션 경험 안에서 어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가지고 있는 정석의 패션관을 한번쯤 파괴해 보는 태도는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호소하는 지점이 있을 거라 쓴거고 그런 부분은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적은 겁니다...


      이에 비해 패션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 그리고 큰 관심은 없더라도 유행 돌아가는 건 느끼는 평범한 사람들이 최근의 티셔츠 트렌드나 안티 패션을 트렌드를 보면서 디자이너 하우스의 패션이 저런 건가, 저런 옷에 왜 비싼 가격이 붙어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고급 패션의 존재 이유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계속 된다면 크래프트맨십의 중요성 같은 건 이 분야에서 점점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이런 트렌드가 궁극적으로 하이 패션의 존재 기반 자체를 흔들어 놓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이 글을 쓴 이유이기도 합니다.


      설명이 여전히 부족한 거 같은데 조금이나마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2017.07.08 01:10 신고 [ ADDR : EDIT/ DEL ]
  2. 과객3 정도

    아하! 더할나위 없는 설명에 감사드립니다
    부연을 찬찬히 숙독하다보니 역시 제 부족함만 여실해질 뿐이라
    좀 슬프고 뭣보다도 두루 동기부여가 되는 기분이고(복잡한 심경이네요ㅠㅠ...)

    우선 20대인 저로서는 흔히 유스컬쳐 정도로(최근엔 뎀나, 미켈레의 구찌라던지) 대표되는
    현재 패션의 최신예가 스탠다드인 '다소 역사가 짧은 패션관'을 견지하다보니
    글에 대한 몰이해는 당연스런 귀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 그 경계가 애매해지고 있으며 최근 트렌드가 전통적 서양복식사와는 영 반대되는 지점에 위치한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헌데 전에 엄밀히 브랜드의 상품은 결국 이미지다(요약), 라는 요지의 글을 세진님의 기사에서 본듯한데
    (아니라면 죄송합니다ㅜㅜ.. 워낙 두서없이 데이터수용하는 악습관이 있어서...)
    말씀하신 크래프트맨쉽과는 그 간극이 지나치게 넓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글을 읽어내려가는 도중 뇌리에 콱 박혀서....
    ㅡ물론 럭셔리하우스를 지탱하는 기저에는 만듦새가 자리하지싶어
    이런 비교는 좀 억지스러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세진님의 생각이 궁금하여 감히 질문 던져 봅니다!


    * 답글을 쓰다보니 뒤죽박죽이네요ㅜㅜ 마음이 급해서 그만 ....
    * 패션vs패션을 구입했었는데 혹시 세진님의 다른 글을 읽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출판물/인터넷 가리지 않고 만사오케이입니다~
    *너무 많이배우고 방대한 지식에 항상 놀라곤 합니다



    2017.07.08 16: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최종적으로는 어떤 브랜드가 추구하는 유니크한 이미지가 중요하지만 디자이너가 주도하는 고급 패션이라면 그 기반에 당연히 제작의 완성도가 깔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뎀나의 발렌시아가는 유니크하고 또 완성도 측면에서도 더할 나위가 없이 훌륭합니다. 하지만 그 유니크함이 고급 패션의 기반을 향하고 있고 그게 주요한 트렌드가 되어 갈 수록 고급 패션의 기반 역시 흔들리게 되지 않을가 하는 염려가 있습니다.

      예컨대 예전에 지방시가 비싼 티셔츠 트렌드를 주도한 이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우후죽순으로 고급 티셔츠를 내놓는 것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왜 슈프림 뉴욕이나 휴먼 메이드 같은 하이엔드 스트리트 브랜드 혹은 스티븐스 오버올이나 레플리카 브랜드의 티셔츠보다 비싼 가격이 붙어 있는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가 아직은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그걸 뎀나가 더 심화시키고 있다고 하겠죠. 하지만 이렇게 탈권위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더 그렇게 될 거라는 건 분명한 사실이고 고급 패션이 이에 대해 앞으로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가 중요할 겁니다.

      책 등이 출간 예정인데 아직 잘 모르겠고 정기적으로 쓰고 있는 건 현재는 한국 일보 패션 칼럼 외에는 없습니다. 그외에 원고 등 의뢰가 들어오면 열심히 쓰고 있고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선 거의 모두 이 사이트나 트위터(오른쪽 사이드 바에 있습니다)에 올리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17.07.08 23:48 신고 [ ADDR : EDIT/ DEL ]
  3. 과객3 정도

    수고스럽게 해드려서 죄송스럽고 구태여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멋진 글 부탁드려요!!

    2017.07.09 2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김재현

    진짜많이배우고 느끼고 ..그냥가지않고 매일와서봐야겠습니다..굿..

    2017.09.18 13: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