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2017.05.08 17:55

그냥 생산자 관점이라고 말해버리면 오해의 여지가 좀 있기는 한데.. 여튼 나 같은 경우 마케팅, 순이익 같은 데 그렇게 큰 관심이 없으면서 주로 이야기하는 패션, 아이돌에서 예컨대 생산자적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 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써본다. 잡지 SYSTEM 2호를 보다가 이들이 기사를 쓰는 방식을 보다보니 할 말이 조금 생기기도 했고.




여기서 생산자 적 관점이란 예컨대 어떤 노래를 듣고 내가 좋으면 되지(리스너의 올바른 태도다)에서 벗어나 1위를 할 수 없는 현 구조적 상황(사실 그게 무슨 상관이냐) 같은 걸 이야기 하는 뭐 그런 건데... 이건 패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그 상표가 랑방이든 루이 비통이든 사실 별로 상관이 없는 문제고 자기 맘에 들고 원하는 스타일이면 된다. 그러므로 케링이나 LVMH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러고 있는 이유는 이 씬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 때문인데 이런 작업은 결국 개인 그리고 팀으로 환원되는 거고 / 패션이나 케이팝 계나 상당히 탄탄하게 완성되어 있는 상업적 체계가 있고 / 그러므로 처음에는 자리를 잡기 위해 남들 하는 걸 해야 하는 데 / 그렇다고 남들과 똑같이 하면 전혀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남들과 똑같은 걸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 여기서 각자의 포텐이 드러나는데 / 그러므로 이런 걸 보면서 나 같은 사람은 리스트 업을 하게 되고 / 이들의 포텐에 대한 약간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 훌륭한 스텝을 이어가며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 / 그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 유니크한 뭔가를 선보일 수 있고 / 그 재밌는 것들을 계속 보고 싶기 때문이다. 


위에서 "자리를 잡고"와 "유니크한 뭔가"는 텀이 상당히 길 수도 있고, 거의 동시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보면서 뭘 제대로 잡았는지 혹은 뭘 놓쳤는지 보는 걸 좋아한다. 결국 옷 보는 게 좋고 걸 그룹 노래 듣는 게 좋기 때문에 좀 더 대단한 걸 보고자 하는 열망의 투사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오해를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리스트 업을 하면 판단력을 흐리는 개인적 애정을 제거하고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시장 전체의 움직임 = 소비자의 움직임을 보는 것도 중요하다. 


대체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어느 지점에 다다르면 패션쇼에 등장하는 모든 옷이, 앨범에 실린 모든 곡이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너무나 좋은 걸 내놓게 된다. 드물긴 한데 사실 내 자신의 허들도 그렇게 높은 편이 아니라 종종 만나게 되고 그런 걸 보는 게 좋다. 감동을 받는다기 보다는(요새 감동은 장엄한 자연이나 우주의 모습 같은 거에서나 받고 있는 거 같다) 밀도가 아주 높은 즐거움이다.


여기까지의 이야기에는 소비자의 관점이 배경으로만 깔려있지 배제되어 있다. 책의 경우 패션 vs. 패션이 3부를 제외하고 위의 생산자적 관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라면 앞으로 나올 책(근데 이거 나오냐 ㅜㅜ)은 소비자의 어떤 특정 관점을 담았는데 지금 나오지가 않고 있어서 나름의 맥락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칼럼이나 의뢰 받은 작업도 이러한 비 소비자적 관점에서 쓴 게 많다.


사실 소비자적 관점은 패션 스타일링 등이 주류로 자리잡고 있고 훨씬 잘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내가 나설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다. 대신 소비자적 관점은 패션을 자신을 꾸미는 일보다는 보다 취미적인 태도에 관심이 많다. 예컨대 책에서 말했던 페티시, 로리타, SM, 레플리카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은 보다 능동적이고 케이팝 패션은 순수한 감상의 차원으로 패션과 의상을 대하는 방식이다. 


어쨌든 이런 식으로 각자가 옷과 패션에 대해 자기 나름의 기준을 만들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게 또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주어져 있지만 보고 있지 않은 부분을 들춰야 한다. 이 사이트의 개인화 카테고리에 그런 이야기를 계속 하고는 있지만 올해는 이런 이야기를 좀 더 많이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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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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