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2016.09.01 19:53

유니클로가 Lifewear라는 말을 언젠가 부터 밀기 시작했습니다. 이 단어는 꽤 적절하죠. 패션도 아니고 유니폼도 아니고 라이프웨어입니다. 종종 이야기하지만 여기 패션붑 사이트에서 패션에 대해 던지는 질문을 크게 압축하면 두 가지 입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왜 그걸 만들었냐 하는 거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 그걸 입었느냐는 거죠. 물론 세상은 간단하게만 돌아가는 게 아니고 그러므로 단 하나의 답으로 압축할 수는 없습니다. 생산자(디자이너, 경영자, 기술자 등등)들은 꽉 차보이지만 어딘가 비어 있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포지셔닝을 하고 그렇게 자기의 영역을 만들어 냅니다. 소비자들은 각자의 역할과 용도에 따라 코스프레, 취미, 그냥 등등의 이유로 옷을 입습니다.


요즘 TV에 나오는 유니클로의 30초 광고는 소비자 쪽을 궁금해 하는 생산자의 시선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볼 때 마다 복잡한 생각에 빠져요.



그렇다면 유니클로는 저 질문에 대한 제대로 된 답을 내놓고 있느냐...는 건데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옷에 비해서 덜 종잇장 같지만 그래도 본질적으로 종잇장에 더 가까운 그 무엇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삶에서 옷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정도로 축소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고급 패션은 이제 매장도 아니고 인스타 정도로 소비되는 그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016 톱 페이드 모델에 이름을 올린 켄달 제너, 지지 하디드 같은 분들도 인스타의 힘이 아닌가... 뭐 이런 분석을 포브스(링크)에서도 하고 있죠.


사실 생산자는 넌 왜 그 옷을 입느냐는 질문을 하는 거 보다 세상을 둘러보니 이게 필요할 거 같다, 이걸 한 번 입어 보아라 쪽이 그나마 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뭐 여튼 옷은 누구나 다 입는다라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좀 문제에요...


개인적인 관심사 이야기를 해 보자면 생산자 측면에서의 관심은 나름 오랜 시절동안 디자이너에서 경영인으로, 그리고 지금은 기술자들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습니다. 물론 셋 다 중요하죠. 관심과 분석의 대상이 그렇다는 겁니다. 무엇이 살아남을 것인가의 문제를 바라보자면 기술자란 유니콘 같은 존재들입니다.   


여튼 유니클로는 이제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니고 등등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포진시켜 놓은 브랜드가 되어 있습니다. 경영인들이 만들어 냈던 히트텍, 후리스 같은 게 나올 수 있는 때는 분명 지나간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과연 유니클로가 앞으로 라이프웨어 라는 영역을 제대로 개척해 나아갈 수 있을지 그리고 혹시나 새로운 질서(그러니까 기본템) 같은 걸 제시해 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빈티지 매장이나 야후 옥션 같은 데를 뒤적거리다 보면 가끔 UCW라는 종이택이 붙은 청바지를 만납니다. 한국 사이트에서도 종종 등장하죠. Unique Clothing Warehouse. 유니클로의 원래 이름이죠. 시기를 계산해 보자면 84년부터 92년 정도 사이에 생산된 옷들입니다. 92년을 기점으로 이런 이름이 적혀 있는 매장은 다 유니클로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1980년 정도부터 시작된 리바이스 레플리카의 열기가 본격적으로 고조되어가던 시점에 뭔지 잘 모르고 겉만 비슷하게 만드는 브랜드도 있었고(Denime의 초기 바지들이 그렇습니다) 이게 일본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하여간 모두들 셀비지, 리바이스 비슷한 뭐 그런 것들을 내놨었죠. 


사진의 UCW 청바지도 탭에 보면 R이라고 적혀 있는 게 마치 리바이스 같죠. 이 청바지는 일본 생산분도 꽤 있고(중국제도 있습니다) 사실 약간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나름 재밌는 구석이 있는 그런 바지입니다. 누가 뭐래도 지금 유니클로 매장에 잔뜩 쌓여 있는 청바지의 직계 조상 같은 거죠... 셀비지 버전에 1만원 이하 가격표를 달고 있는 게 보이면 하나 쯤 가지고 있는 것도 가격 대비 효용은 나름 높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 사이트에서 보고 매장에 구경을 갔었는데 사진 않았습니다만... 


여튼 이런 거 보면 유니클로도 별 거 다 하면서 이십 몇 년을 필드에서 열심히 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새로 나온 책(링크) 이야기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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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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