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2016.07.27 14:14

리바이스의 빈티지 모델 밀기에는 나름 역사가 있다. 사실 미국 리바이스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80년대 후반 프랑스와 일본에서 레플리카 모델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시점은 콘 밀스가 셀비지 데님 생산을 중단한 시기와도 겹쳐있다. 사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적어도 이런 류의 물건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신제품을 좋아하는 나라다. 일본인들이 미국 시골 구석을 뒤지며 데드스톡 빈티지 리바이스를 쓸어 갈 때도, 오래된 술집에서 빈티지 버번이나 위스키를 쓸어 갈 때도 대체 왜 사가는 지 잘 몰랐다.


그러다가 리바이스 일본은 오카야마산 데님으로 레플리카 모델을 처음 만들었고 곧 이어 리바이스 유럽이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싱(Levi's Vintage Clothing, LVC)을 런칭했다. 그 이후에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깨닫고 집에 놀고 있는 오래된 리바이스 찾기 캠페인도 하고, 레플리카도 내놓고, 아카이빙도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뭐 이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가 9월 출간 예정 책에 수록될 거니까 부디 참고해 주시길 바라며... 깨알 홍보...


그리고. 헤리티지라는 게 꼭 좋은 품질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런 건 1850년대에 시작해 1940년대에 이름을 바꾼 타이멕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지 같은 걸 100년이 넘게 내놓고 있다(개인적인 편견이 들어가 있는 발언이니 혹시 타이멕스를 사랑하는 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며...). 하지만 그렇게 이어져 온 건 적어도 어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타이멕스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레플리카의 시대가 시작된 이후 리바이스가 계속 민 모델은, 리바이스 뿐만 아니라 비슷한 레플리카를 내놓는 수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배리에이션을 생산한 모델은 한때 XX라고 불렀고 로트 번호 분류가 시작된 이후 501로 부르게 된 청바지다. 다른 모델들도 있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조연들이었고 사실 슬림 스트레이트라는 직선적인 심플한 모양은 아주 멋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볼품 없지도 않은 시대를 뛰어넘기 딱 좋은 형태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보이고 싶으면 두 사이즈를 크게 입으세요, 저렇게 보이고 싶으면 딱 맞는 사이즈를 사세요 같은 말도 안되는 캠페인 같은 것도 가능했다. 옷은 기본적으로 정 사이즈로 사야하고 그렇게 입었을 때 어딘가 어색하면 그렇게 입으라고 만든 거기 때문인 법이다. 옷 디자인이라는 게 그런 거지...


이와 별개로 이런 매니악한 레플리카의 세계 말고 범 대중 노선에서는 캘빈 클라인을 시작으로 세련되게 가공된 청바지들이 인기가 많았다. 핏도 510 스키니, 511 슬림 같은 모델들이 인기를 끌었다. 지금은 과도한 스키니의 시대는 어느 정도 지난 거 같고 다시 조금씩 통이 넓어지고 있다.



여튼 드디어 505를 밀기 시작했다. 예전에 인기도 많았고 청바지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은 구입해 봤을(차라리 501보다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다, 더 편하니까) 뭐 그런 옷이긴 한데 얼마 전 옷장 정리 하다 보니 나도 하나 있었다.



위 사진은 LVC에서 판매하고 있는 1967 505TM 레플리카.


505는 1967년에 처음 나왔다. 이 청바지에 대해 알자면 몇 가지 이해해야 할 단어가 있는데 우선 Shrink-To-Fit과 Preshrunk다다른 브랜드에서는 Unsanforized와 Sanforized라고 하는데 리바이스에서는 저렇게 쓴다. 면은 세탁하면 줄어들기 때문에 다 만들어 놓고 몇 가지 처리를 한다. 그 덕분에 완성된 제품은 세탁해도 아주 조금 밖에 줄어들지 않는다. 하지만 1961년까지 리바이스의 모든 제품은 Shrink-To-Fit으로 방축 가공 처리를 하지 않았다. 이 말은 세탁하면 확 줄어든다는 뜻이고 그래서 라벨에 수축률이 8%, 10%니 하며 적혀 있었다. 대신 더 Raw하고 거칠고 퍼스널라이즈의 범위가 조금이라도 넓다는 장점이 있다. 입고 물에 뛰어들면 몸에 딱 맞게 줄어들기도 하고... 뭐 등등. 그러다가 Preshrunk 모델이 섞여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버튼 플라이었고 지퍼가 달린 게 501Z라는 이름으로 따로 나왔다. 나중에 이건 502가 되어서 지금도 매장에서 502를 찾으면 501과 같은 모양인데 지퍼가 달린 모델이 있다. 


이 신 기술 두 가지, Preshrunk와 Zipper Fly가 합쳐져서 나온 게 505다. 1967년이라는 시기가 시기인 만큼 이 신제품 청바지는 나온 후 펑크와 록 씬에서 사랑을 받았다. 블론디, 라몬즈, 롤링 스톤즈 등 무수하게 많은 곳에서 505를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다 505다. 


왜 지금 505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가 있는데 사실 501 빼면 그 다음은 505이긴 하다. 하지만 LVC가 런칭하고 리바이스는 501의 늪에서 헤매기 시작했고 게다가 바깥 세상은 스키니가 유행이었기 때문에 505를 선뜻 내놓을 수 없었을 거다. 바로 지금 나온다는 건 바지가 본격적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더불어 블랙 진도 좀 밀 생각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리바이스에서 새로 내놓은 505는 예전의 그 505가 아니다. 아무리 바지가 넓어지고 있다고 해도 505은 한 동안 전형적인 아저씨 바지였기 때문에(501에 비해 더 넓고, 약간 테이퍼드다) 조금 더 슬림하게 리디자인을 했다. 


뭐 이런 모델들이 새로 내왔다. 근데 사람 이름 붙인 청바지 시리즈 참 별로지 않나... 망고도 저렇던데... 청바지라는 건 좀 더 기계적인 게 역시... 그리고 몇 개의 모델은 1% 엘라스틴이 섞여 있어서 약간 스트레치의 필이 나지 않을까 싶다. 사실 505가 나름 역사와 사연이 있긴 하지만 501에 비해서 많이 부족하고 게다가 헤리티지 모델로 매력이 있나 의구심이 있다. 헤리티지 모델에 지퍼 플라이가 뭐야... 그러므로 이 전략이 과연 어찌될 지 궁금하다. 사실 차라리 과감하게 카펜터즈 데님 팬츠나 아니면 아예 방향을 바꿔 스케이트 워크 팬츠를 밀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기는 한데...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라서 해 보는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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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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