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SnBUY/20162016.07.22 13:26

요즘 너무 청바지 이야기만 올리고 있고 주류 패션 쪽 움직임을 전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가 청바지, 워크웨어, 레플리카 전문이 되는 건가 생각하실 것도 같은 데 그런 건 아닙니다. 우선은 여러 정황상 임시적으로 그러고 있는 거고, 또 레플리카를 만드는 일이 담고 있는 여러가지 함의가 여전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걸 먼저 말씀드립니다. 이 부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앞으로 하게 될 자리가 있을 겁니다.


배경 설명을 좀 하자면 풀카운트(FullCount)는 아메리칸 빈티지 레플리카를 80~90년대에 처음 시작한 오사카의 5개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이 다섯 브랜드를 보통 오사카 파이브라고 부르는 데 시대 순으로 스튜디오 다티산(Studio D'artisan), 드님(Denime), 에비수(Evisu), 풀 카운트(FullCount), 웨어하우스(Warehouse)입니다. 


왜 오사카냐 하면 그 쪽에 미국 빈티지 가게들이 꽤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커다란 지방 대도시는 독특한 패션 트렌드를 지닐 수가 있고 그런 트렌드는 꽤 재미있는 양상을 띄게 마련입니다. 한국도 그런 경우가 가끔 있는데 어느 도시에서는 부츠 컷이 이상하게 유행하고, 어디서는 과도한 스키니가 이상하게 유행하고 그런 일들이 있죠. 오사카에 빈티지 가게가 많다 보니 청바지를 바라보는 눈이 매우 섬세해 졌고 그러다 보니까 현 생산 제품의 문제점이 자꾸 눈에 띄었고, 그래서 내가 만들어 보자! 이렇게 된 순서입니다. 마침 + 우연히도 오사카 근처의 오카야마와 히로시마는 오랜 면 생산지이자 근대 섬유업의 중심지였고 게다가 기모노와 얽힌 오랜 인디고 염색의 전통도 가지고 있었죠. 


그리고 이름을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는 게 있는 데 초반 2개 브랜드는 프랑스 풍의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초창기 리바이스 복각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리바이스 레플리카를 만들고 있던 프랑스 영향을 꽤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등장한 에비수는 리바이스에서 L을 뺀 글자인데(더불어 에비스라는 신 이름이기도 합니다) 좀 더 미국의 오리지널로!의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풀카운트와 웨어하우스는 거기서 좀 더 나아가 좀 더 철저하고 완벽한 고증과 연구에 기반한 레플리카의 제작을 향합니다. 마지막 두 브랜드의 초창기는 청바지 오타쿠의 바로 그것이었죠. 90년 대 말을 넘어가면서 레플리카 씬은 포화 상태가 되고(복각할 게 뭐 몇 가지나 있겠습니까...) 이후 오리지널의 제조 기법을 들고 각자의 길을 가기 시작합니다.




풀카운트는 여전히 손이 많이 가는 구식의 기법을 가지고 다양한 청바지와 워크웨어 등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오늘 여기에 올리는 1100-16이라는 건 400본 한정 대전 모델 청바지입니다. 당장 살 수 있는 건 아니고 예약을 받고 있네요(링크). 7월 말에 나온다니까 곧 나오긴 합니다. 400본 한정이야 400벌만 만든다는 거고 대전 모델이라는 건 세계 전쟁을 말하는 겁니다.


1100-16은 이렇게 생긴 제품입니다.


대전 모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보통은 2차 대전 중에 나온 리바이스의 1944년 등등 모델을 말합니다 물자 제한으로 간소화된 디테일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풀 카운트는 몇 년 전부터 약간 특이하게 1953년 리바이스 모델을 기반으로 WW2 대전 청바지를 특별판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53년이면 대전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 싶은데 특히 1947년 모델이 전쟁이 끝난 후 리바이스의 능력을 쏟아 부어 만든 제품이라 그 이후 모델이니까 전쟁이 만들어 낸 빠듯함이나 물자 제한 등등은 이 바지에서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같은 연도 레귤러 레플리카 제품으로 풀카운트의 0105라는 청바지가 있습니다. 양쪽은 기본 모습은 같은데 리미티드의 경우 뭔가 특이한 점을 집어 넣죠. 모양은 약간 테이퍼드의 501스러운 슬림 스트레이트 핏입니다. 구형에 비해서 약간 좁은 감이 있습니다. 근데 400본 한정 리바이스면 정말 팬이나 살 텐데 엄격한 레플리카라면 그 푸대자루 같은 미국 맛을 가미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좀 있습니다. 그리고 짐바브웨 코튼은 터프한 작업용 바지라고 하기엔 사실 너무 부드럽고 고급스러워요. 좋은 바지를 만드는 데는 적합하지만 레플리카라는 목적에 맞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여튼 뭔가 예전에 있던 걸 똑같이 만들겠다는 레플리카잖아요.



이 청바지의 특징 중 눈에 띄는 건 노란색 실의 사용입니다. 부위별로 굵기가 다른 여러가지 둔탁한 느낌의 실을 사용해 놓은 모습은 레플리카 청바지가 가지고 있는 재미 중 하나인데 저 머스터드 풍 노란 색은 눈에 잘 들어옵니다. 리바이스 비스무리한 백 포켓의 V 모양 스티치는 풀카운트 특유의 모양입니다. 일본의 예전 레플리카 리바이스를 보면 저 부분을 리바이스와 똑같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여러가지 장난을 쳤는데 그게 꽤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오모리의 네퓨타라는 브랜드의 백 포켓 스티치를 좋아합니다. 여튼 아주 초기에는 레플리카니까 모른척 하면서 리바이스와 같은 모양의 백 포켓 스티치를 썼었는데 상표권 문제 등이 있으니까 이후 각자 자기들의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1953년 모델이니까 히든 리벳이 있습니다(이에 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있죠 - 링크). 전후 모델이라 도넛 링은 아닙니다. 철 단추에 구리 리벳이라는 기본 공식은 그대로 인데 리벳이 약간 둥그스름하게 튀어 나와 있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히든 리벳은 납작한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약간 특이한 게 앞섶 버튼 플라이 부분(Crotch라고 하죠) 맨 아래에 리벳이 하나 붙어 있습니다. 위 사진 6개 중 위 가운데 사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0105에는 저런 게 없는 데 뭔가 30년대 풍의 좀 더 올드한 분위기가 들어 있군요.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여튼 리바이스 청바지는 50년대 이후 모델엔 크로치 리벳이 잘 없는데 칼하트 청바지 같은 건 저 자리이 꽤 오랫동안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뒷 쪽 벨트 넣는 부분이 삐딱하게 붙어 있죠. 오프셋 루프라고 하는데 이것도 시대 별 변화가 좀 있습니다. 여튼 저렇게 나오던 시절의 모델입니다. 


데님은 14.5 온즈 짜리니까 살짝 두껍습니다. 오늘 같이 습한 여름엔 좀 힘들 겁니다. 뭐 꾹 참고 고행의 길을 간다면 독특한 페이드 아웃이 생길지도 모르겠지만요... 언샌포라이즈 데님이라 세탁하면 수축이 생깁니다. 하지만 적혀 있는 사이즈는 제조사 권장 방식에 따라 원 워시 후 줄어든 사이즈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까 따로 그런 걸 계산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바지 주머니 천에 꽤 민감한 편인데 저 모델은 꽤 예쁜 데님 컬러 버전이군요. 만져본 적은 없으니 얼마나 튼튼한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나름 귀엽네요. 



하지만 저 포켓의 가로줄 스티치는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풀카운트의 좋은 청바지가 아니라 1952년에 나온 리바이스를 복제하는 게 목적인 청바지입니다. 저 가로 스티치는 전형적인 풀카운트의 방식이긴 한데 리바이스의 방식은 아닙니다.


뭐 이런 식으로 이런 청바지 류는 입고 다니는 재미와 함께 구석구석 뜯어 보면서 이건 이렇게 만들었고 저건 저렇게 만들었고 등등을 떠들어 보는 재미가 레플리카 청바지를 구입하는 재미 중 하나죠. 대략적으로 보면 페이드를 즐기는 부류가 있고 디테일을 즐기는 부류가 있고 그렇습니다. 이 바닥은 이런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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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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